79세, 메타버스 하기 딱 좋은 나이
- 고수창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4일
글/사진 고수창 실습기자 (sutyang06@snu.ac.kr)
최근 핫한 메타버스. 가상공간 속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게임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인터넷 상의 ‘또 다른 우주’. MZ세대로 가득찬 이 메타버스에, 79세 김영희 씨가 도전한다. 과연 김영희 어르신은 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Mission 1 : VR 기기 조작 익히기
기자는 어르신께 직접 VR 기기를 보여줬다. VR기기는 눈에 착용하는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와 양손에 들고 조작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이들을 직접 보여 주며 하나씩 설명해 주자 어르신은 매우 흥미롭다는 눈으로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처음 보는 장치들을 보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보다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Mission 2 : 메타버스 구경하기
설명을 마치고 드디어 어르신에게 직접 VR 기기를 착용하게 했다. 눈을 완전히 가리는 장치를 머리에 착용시켜 드릴 때에도, 어르신은 놀이기구를 타기 전처럼 설레어 했다. 어르신에게 컨트롤러를 손에 쥐여 주고 조작법을 알려준 뒤에, 메타버스 플랫폼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다. 어르신은 가상공간 속에서 다양한 건물과 거리, 폭포나 산을 구경하면서 “이런 거라면 노인들 하루 종일이라도 하겠다” 라며 눈 앞에 있는 광경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했다. 어르신은 “재미는 있는데, 오래 착용하면 어지럽긴 하겠네.” 라며 VR 기기의 불편한 점도 이야기했다.
Mission 3 : 나의 아바타 만들기
다음으로,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김영희 어르신을 대표할 ‘아바타’를 만들어 보았다. 어르신과 최대한 비슷한 외모의 아바타를 제작하기 위해, ‘Ready Player Me’ 라는 메타버스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사용했다.이 사이트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얼굴 사진을 인식시키는 것만으로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아바타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여 어르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생성된 아바타 위에 어떤 의상을 입힐지를 함께 골랐다. 다양한 의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죄다 젊은 사람들 옷 뿐이네” 라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옷을 골라 아바타를 완성하고 나서도, 어르신은 아직 이것을 메타버스 안에서 착용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 듯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Mission 4 : 메타버스에서 놀아 보기
아바타까지 준비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세계에서 놀아볼 시간이다. 우리는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레크리에이션의 내용은 ‘주사위 게임’. 주사위를 굴려 앞으로 나아가며 멈춘 칸에 적힌 질문에 대답한다는 간단한 게임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레크리에이션에는 김영희 어르신에 더해, 대학생 송동호 군(22)이 참여해 주었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아바타를 착용하여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한 뒤,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생소한 환경에서 자신보다 한참 젊은 사람들과 진행하는 레크리에이션. 매우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은 시작되었다.

김영희 어르신은 처음에는 이동이나 물건을 들어올리는 등의 기본적인 조작에도 어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조작을 익혀갔고, 게임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유롭게 공간 속을 돌아다니며 주사위를 힘차게 던지는 등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조작을 습득해 나갔다.
두 사람은 질문에 대답하며 순조롭게 게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로 질문에 대답했지만, 점차 서로의 답변에 반응하며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참 궁금하다” 라는 김영희 어르신의 말에, 송동호 군은 “우리 할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라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게임을 마치고 나서, 김영희 어르신은 “내가 이 나이 먹고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노인 복지관 같은 곳에서 컴퓨터를 조금 더 배워서 조금 더 사용에 익숙해지면 손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라며 메타버스 체험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또한 “조작이 많이 어려운데, 직접 옆에서 누가 도와주면서 알려주면 그래도 좀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라며 조작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영희 어르신은 이번 메타버스 체험을 긍정적인 체험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최근 핫한 메타버스. 아직까지는 사회적 인식이나 VR 기기 이용의 불편함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사회적 소통의 장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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