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키워드 인사이드
- 강지은
- 2023년 12월 12일
- 4분 분량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매년 조금씩 초고령사회를 향해 움직였다. 통계가 그것을 보여준다. 통계가 보여주는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키워드로 알아본다.
글/그래픽 강지은 실습기자 ieun_je@snu.ac.kr
0.8배속 사회
퇴직 나이 빼고 다 느려져

인생의 분기점을 맞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 대학 졸업과 취업, 결혼과 출산 등 생애주기가 모두 25년 전에 비해 늦어졌다. 기대수명도 늘었다. 다만 퇴직 나이는 빨라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바탕으로 가중평균을 계산한 결과(18세 이하는 18세로, 26세 이상은 26세로 본다), 대학생 평균 연령은 1998년 21.16세에서 2022년 23.87세로 증가했다. 24년 새 2.71세 늘어난 것으로, 배속으로 따지면 약 0.8배속이다. 특히 24세 학생의 경우 전체 대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같은 기간 7%에서 17%로 약 10%포인트 높아졌다. 주어진 연령 범주 중 가장 높은 증가세였다. 직장을 갖는 나이 역시 많아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1998년 25.1세에서 2018년30.9세로 5세 이상 상승했다.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는다. 통계청이 조사한 1998년 남성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각각 28.82세, 26.02세였다. 2022년에는 남성의 경우 33.72세, 여성의 경우 31.26세로 남녀 모두 약 5세 늘었다. 첫째 아이 출산연령도 마찬가지다. 1998년 27.14세던 첫째 아이 출산연령은 2022년 32.95세로 약 5세 증가했다. 이는 1998년 셋째 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인 31.98세보다 높은 수치다.
출산연령 뿐 아니라, 신혼부부가 첫 아이를 낳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었다. 통계청의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신혼부부의 첫째자녀 평균 출산 소요기간은 14.9개월이었다. 이는 2021년 17.1개월로6년 새 2.2개월 증가했다.
기대수명은 1970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83.6세를 기록했다. 1970년 62.3세, 1980년 66.1세, 1990년 71.7세, 2000년 76세, 2010년 80.2세, 2020년 83.5세로, 10년마다 4, 5세씩 증가했다.
반면 퇴직 나이는 줄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고령층부가조사에 따르면, 55~64세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했던 일자리를 그만둔 연령은 올 5월 기준 49.4세였다. 이는 2005년 50세에 비해 0.6세 감소한 값이다.
고령 남성 리스크
가장 많이 자살하고, 혼자 죽고, 암에 걸려
고령 남성들이 죽음에 취약하다. 자살률 1위, 고독사 1위, 암 발생률 1위. 모두 장년·고령층 남성이 차지했다.

자살 사망률은 전연령대 중 70대 이상 노인이 가장 높고, 성비 역시 나이가 들수록 남성이 높아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이 25.2명인 가운데 70대 인구의 자살률은 37.8명, 80대 인구의 자살률은 60.6명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두드러졌다. 70대 남성의 자살률은 61.9명인 데 반해 동나이대 여성 자살률은 17.7명이었다. 80대 이상 남성의 자살률은 117.9명을 기록하며 100을 넘어갔는데, 같은 나이대 여성 자살률은 30.9명이었다. 여성과 남성의 성비를 따지면 고령 남성 자살 사망자가 여성에 비해 약 3.5배 더 많은 것이다.

5060 남성은 고독사에 취약하다. 혼자 죽는 50·60대 남성이 전체 고독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3378개의 고독사 중 50대 남성 900건, 60대 남성 860건이었다. 뒤이어 세 번째로 발생 건수가 많은 40대 남성이 436건이었으니, 50·60대 고독사 건수는 각각 이보다 2배 가량 많고, 동 나이 대 여성에 비해서는 10배 많다. 여성의 경우 50대는 91건, 60대는 114건이었다.
다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21년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는 56.6%, 30대는 40.2%임에 반해 50대는 16.9%, 60대는 10.7%였다.
암 발생률의 경우도 65세 이상 남성이 2120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성의 암 발생률은 50대 후반부터 여성의 암 발생률을 초월한다. 남성 암 발생률 증가세는 계속되어 암 발생률의 남녀 격차는 80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10만명 당 암 환자 수는 15~34세 77.6명, 35~64세 478.5명, 65세 이상 1483.6명이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15~34세 여성은 107.6명, 남성은 50.2명으로 여성의 암발생률이 남성의 2배였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65세 이상 남성의 암 발생률은 2120명으로, 999.2명인 여성의 암 발생률의 2배가 넘는 수를 기록한 것이다. 65세 이상 남성이 많이 걸리는 암 종류는 폐(409.6명), 전립선(375.4명), 위(273.8명), 대장(239.5명), 간(156.5명) 순서였다.
근로자 고령화
일하는 노인이 일하는 청년보다 많은 시대
고령 근로자가 청년 근로자보다 많다. 2017년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를 따라잡은 후로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수적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25년 전인 1998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약 130만 명이었다. 이때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470만 명으로 고령 근로자의 약 3.5배에 달했다. 이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7년 400만 명을 돌파했고,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같은해 390만 명을 기록하며 그 수가 역전됐다. 이 추세는 계속돼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580만, 15~29세 취업자 수는 400만 명이었다. 고령 근로자가 청년 근로자에 비해 약 1.5배가
됐다.
노동은 고령자의 생활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노후 생활 방법 중 취미 활동이 33.2%, 소득창출활동이 32.2%였다. 소득창출로 노후를 꾸리는 사람은 비교적 젊은 고령층에서 더 많았다. 60~64세 47%, 65~69세 36.2%, 70~79세 24%, 80세 이상 11%였다.
근로소득은 고령층 생활비의 중요한 원천이다. 연금이나 재산 소득 등 자산이 노후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근로·사업 소득이 절반 이상(57.8%)이다. 이 역시 젊은 고령층일수록 근로·사업 소득 비중이 높아진다. 60~64세 73.3%, 65~69세 60.6%, 70~79세 42.2%, 80세 이상 29%였다.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의 숫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약 24만 개였던 노인일자리 개수는 2021년 약 83만 개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2027년까지 그 수를 120만 개로 늘
리겠다고 보건복지부는 올 7월 밝혔다.
고령층은 건강하고 똑똑해졌다. 노동 시장에 나온 고령 근로자의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노동력에 축적된 인적자본 자체가 변화했다는 의미다.
노인의 신체능력이 개선됐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ADL 제한율은 1998년 31.7%에서 2020년 5.6%로 약 6분의 1만큼 줄었다. ADL이란 일상생활 수행능력으로, 옷 입기, 목욕하기 등 일상적인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기능 제한이 없다고 응답한 고령층은 1998년 52.7%에서 2020년 87.8%로 35%p 가량 증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고령층 인 65~74세 중 기능 제한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90%가 넘었다.

고령층의 최종 학력도 높아졌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65세 이상 인구는 85만 8991명이었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 13만 3242명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65세 이상 인구 전체에서 대학졸업자(중퇴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했다. 2000년 4%(13만 3242명), 2005년 5.8%(25만 4913명), 2010년 6.9%(37만 5768명), 2015년 8.97%(58만 6995명), 2020년 10.4%(85만 8991명)다. 특히 2020년 65~69세의 대졸자 비율은 13.4%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중 교육을 ‘안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년 새 반의 반토막이 났다. 2000년 약 149만 명(44%)에 달하던 해당 인구는 2005년 약 146만 명(33%), 2010년 약 135만 명(25%), 2015년 약 118만 명(18%), 2020년 약 89만 명(11%)로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다.
일하는 시골노인
군 단위 노인 10명 중 6명은 고용 중
군(郡) 단위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이 광역시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군 단위의 노인 고용률 평균은 59.8%, 전국 광역시 산하 지역구의 평균 노인 고용률은 29.6%였다. 시 단위는 40.6%, 서울시는 25.1%로, 도시일수록 노인 고용률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노후 생활 방법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노후생활방법 중 소득창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도시에서는 30%, 농어촌에서는 39.3%였다. 생활비 마련 방법 중 근로 및 사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도시에서는 54.%, 농어촌에서는 67.2%였다. 도시 노인보다 농어촌 노인이 노동 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한편 동 자료에서 실시한 19세 이상 인구 대상 조사문항에서, 도농 상관없이 취미활동(도농 각각 43.1%, 42.1%), 여행(29.6%, 30.4%), 소득창출활동(12.6%, 13.4%) 순서로 노후를 보내고 싶어했다.
인구 땅따먹기 승자는 586·X세대 ![]() ![]() 10~30대 위주의 인구 구조가 40~60대 중심으로 재편됐다. 90년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이른바 ‘586세대’와 ‘X세대’가 중년이 된 지금, 저출산 흐름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중심축이다.
1995년에는 30대가 전연령 중 가장 높은 비중(약 19%)을 기록했다. 4위까지 전부 30대 이하였다. 반면 2022년 가장 많은 연령층은 50대였다(17%). 2위 40대, 3위 60대였다. 80대 이상 고령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995년 약 37만 명이던 80대 이상 인구는 지난해 약 220만 명으로 6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인구가 약 4400만 명에서 5169만 명으로 약 1.17배 증가한 것에 비교하면 그 증가폭이 상당하다. 같은 기간 10대 인구와 10대 미만 인구는 각각 300만 명 가량 감소했다. 유튜브, 영화서도 5060이 주인공 ![]() 엔터테인먼트계에서도 5060은 여전히 주인공으로 활동하고 있다. MZ의 영역으로 알려진 유튜브에서 본인 채널을 운영하거나, 단순한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등장하는 식이다.
‘50대 아저씨‘들이 방송계에서 유튜브로 진출했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핑계고’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업로드만 했다 하면 조회수 100만은 기본이다. 11월 18일 업로드된 영상의 경우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200만을 기록했다. 중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 드라마도 인기다. 엄정화 주연의 <닥터 차정숙(JTBC)>은 마지막회 시청률 18.5%를 기록하며 올 6월 종영했다. 판타지 멜로드라마 <아씨두리안(TV조선)>을 비롯해 첫사랑 찾기 여행을 떠난 <인생은 아름다워(2023)>,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2023)> 역시 중년의 사랑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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