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ENTERTAINMENT NOW

영화 <찌개>, 상처로 남은 가족의 서사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건진 영화

글·사진 실습기자 이주영(smilejuyoung@snu.ac.kr)

 디자인 실습기자 하타냐(tanyakhagay@gmail.com)

KakaoTalk_20230611_182147212_02.png

따뜻함, 애틋함, 화해, 치유, 연대….

가족을 그리는 영화마다 등장하는 판에 박힌 클리셰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족의 존재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

가족끼리 할퀴어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한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디아스포라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찌개>(감독 윤재호)는 전형적인 가족의 클리셰에 갇히지 않고, 냉정한 가족의 서사를 그려내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에이미가 친엄마를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에이미가 만난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가 데려다 기른 의붓딸 은선이다.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서로 다른 각자의 엄마에 대한 기억. 이미 서로 다른 감정으로 자리 잡은 ‘엄마의 존재’는 그들을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에이미에겐 자신을 버린 엄마로, 의붓딸 은선에게는 따뜻한 엄마로 각인된 기억.

 

관객은 이와 유사한 서사를 만나면, 내심 갈등이 봉합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기대한다. 하지만, <찌개>는 가족의 따뜻함과 희망으로만 점철된 일반적인 가족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고통으로 가득한 그 속을 기어이 살아내는 등장인물들의 분투 그 자체를 보여준다.

KakaoTalk_20230611_182147212.jpg
KakaoTalk_20230611_182147212_01.jpg

▲영화 <찌개> 공식 스틸컷

윤재호 감독은 디아스포라 영화제 GV(감독과의 대화)에서 가족의 씁쓸한 현실을 영화를 통해서 ‘아픔’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별은 모두에게 아픔을 가져다줍니다. 에이미에겐 버림받음의 아픔. 은선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것에 대한 아픔. 이 두 아픔이 같은 시간대의 같은 공간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감정적으로 충돌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윤 감독은 ‘가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다.

 

“가족은 일반적으로 같은 핏줄, 혼인으로 인해 생기는 관계지만, 누군가에겐 핏줄이 매우 중요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핏줄이 아닌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이들이 가족으로 간주됩니다. 핏줄이지만 함께하지 못한 에이미, 같은 핏줄이 아님에도 함께한 시간이 있는 은선. 결국 두 인물이 보여주는 문제점에 대한 각자의 서로 다른 시각이 결국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갈등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틋한 이산 가정의 모습이 아닌, 그 이면의 모습을 씁쓸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영화, 찌개였다.

디아스포라 영화제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매년 인천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애관극장,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이 영화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이방인의 삶’..

 

‘디아스포라’가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만큼 타지에 사는 이방인의 삶을 다각도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여기에 단지 공간적인 면에서의 이방인뿐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이나 환경, 조건 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거나 사회와 공동체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 연대자 이야기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는 특히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전쟁의 트라우마를 그려낸 극영화, 그리고 목숨을 걸고 전장의 최전선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도 했다.

취재노트1.png
댓글

Share Your ThoughtsBe the first to write a comment.

©Upcom;ng 2023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