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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선 수의사, 거리에선 자연 관찰자

  • 홍은지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8일

글/게더타운 홍은지 실습기자 / ghddmswl1122@snu.ac.kr


류인광 씨(61세)가 2018년 3개월 동안 관찰한 어리별쌍살벌의 왕국

생물종 사진 찍는 시골 수의사


뒷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날아다니는 벌이 있다. 그 모습이 긴 살 두 개를 들고 다니는 것 같아 어리별쌍살벌이라 불린다. 이 어리별쌍살벌에 기생하는 다른 벌 한 마리가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벌집에 알을 낳는다. 그리하여 애써 길러낸 어리별쌍살벌 번데기가 기생벌 유충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어리별쌍살벌이 여름 동안 열심히 가꾼 벌집에서는 기생벌의 새끼가 태어난다.

 

어리별쌍살벌 영상의 결말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 이 1분짜리 영상은 3개월간 촬영됐다. 어리별쌍살벌 왕국을 관찰한 사람은 강원도 영월의 61세 수의사 류인광씨. 그가 작년 한 해 동안 관찰한 종은 1766종에 이른다.

 

그는 영월, 제천, 단양 지역에서 어리별쌍살벌 외에도 꼬마장수말벌, 산무늬밤나방, 멋쟁이각날도래 등의 수많은 곤충과 식물을 관찰했다. 시골 수의사로 일하는 그는 한 농가에서 다른 농가로 산과 들을 넘어가면서 주변의 생물종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하고 촬영한 결과를 자연 활동 공유 플랫폼인 ‘네이처링’에 올려 공유한다.

 

류 씨가 한 건의 관찰 이력도 없는 생물종을 처음으로 관찰하여 네이처링에 올린 경우도 대여섯 번쯤 된다. 그간의 관찰을 기반으로 그는 ‘네이처링’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자연 관찰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동식물 도감을 10권 정도 구매하고 밤을 새워가며 관찰한 생물종의 이름을 찾아낸다. 생물종을 관찰하여 사진을 찍는 것보다 종의 이름을 연결하는 것에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 시간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는 관찰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관찰해서 올려놓으면 이게 데이터가 되어서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고도 후세들은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틈만 나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고 있죠”라고 말한다.


류인광 씨가 촬영한 어리별쌍살벌

관찰 기록 별로 없는 종부터 신종까지 노년 자연 관찰자가 찾아내

고령층 자연 관찰자는 류인광 씨만이 아니다. 관찰된 기록이 별로 없어 국가생물적색목록(2022)에서 ‘정보 부족(Data Deficient)’으로 판명된 어리사과독나방을 찾아 올린 강동완 씨는 올해 70세다. 그는 종종 전부 60대 이상인 동료 8명과 함께 관찰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네이처링이 선정한 올해의 최다 관찰자들. 자연을 관찰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종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는지, 또 희귀종은 어디에 서식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우녕 씨(만 71세)는 2019년 한 달팽이 종을 발견하였는데, 모 대학의 연구자는 이 달팽이를 새로운 종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해당 연구를 위해 이 씨는 달팽이 표본을 채집해 주었을 정도로 연구에 기여하였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생태계를 함께 공부하는 큰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그. 제2의 인생에서 동식물종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것이 큰 기쁨이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생물다양성 관측 네트워크(K-BON)는 자연 관찰자들의 활동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모아 통계를 낸다. 최종적으로 환경부에서는 이 자료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는다. 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시민들이 가지는 전문성에 주목하며 시민이 전문 과학자를 보완할 수 있는 지식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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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자들이 촬영한 더 많은 생물종 사진을 둘러보세요!


네이처링이란?


생물종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 홈페이지 ※ 자료 = 네이처링

네이처링은 일반인들이 관찰한 생물종 사진을 올리는 공유 플랫폼이다. 일명 시민 과학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올린 생물종 관찰 기록은 총 약 164만 개이고 여기서 활동하는 자연 관찰자는 4만 7000명쯤 된다.



만 70세의 자연 관찰자 강동완 씨가 관찰한 어리사과독나방


동료들과 함께 관찰 중인 강동완 씨
대학에서 신종으로 연구 중인 달팽이 사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우녕 씨(71세)

강동완 씨가 촬영한 생태계교란 생물 붉은귀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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