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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밸리는 현실이 될까
서울대입구역 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
글·사진 실습기자 장순주(soon0710@snu.ac.kr)
실습기자 홍나영(skdud2811@snu.ac.kr)
스탠포드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의 실리콘밸리.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SNU밸리. 너무 거창한 얘기일까. 물론 SNU밸리는 실리콘밸리와 견주기엔 너무 이른, 아직은 태동기쯤 되는 미지의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들이 등장하면서 SNU밸리는 점차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NU밸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을 만나봤다.

▲ 스프링캠프의 상징인 유니콘
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의 최인규 대표. 2015년 서울대입구역에 벤처캐피탈 사무실을 낸 그는 누구보다도 열렬히 SNU밸리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창업밸리는 스타트업할 사람들이 모여 있고 기술이 모여있는 곳에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그가 찾아낸 곳이 바로 서울대였다. 그만큼 서울대의 기술과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곳에서 투자사 창업 7년여 동안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늘의 집’, ‘수아랩’, ‘비프로’ 등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면서, 스누(SNU)밸리의 자생적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키운 유니콘, ‘오늘의 집’

▲ 오늘의 집 이승재 대표(좌)와 최인규 대표(우)
스프링캠프가 투자한 패밀리사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은 인테리어 서비스 플랫폼 ‘오늘의 집’이다.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설립 8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오늘의 집은 2013년 서울대학교 창업경진대회 우승팀이다. 우승 상금은 2백만원. 당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에 있었던 최 대표는 ‘오늘의 집’ 팀을 눈여겨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최 대표는 오늘의 집 팀에게 6개월 간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했다. 이어 스타트업에 5천만원을 투자하면 2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정부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최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회사의 이름으로 오늘의 집에 투자했고, 결국 2억원 매칭에 성공했다.
지주회사를 그만 두고 스프링캠프를 차린 이후에도 최 대표는 오늘의 집에 브릿지 투자(시드 투자와 시리즈A 투자 사이의 투자)를 진행했다. 오늘의 집은 산업은행, 미래에셋캐피탈 등의 기업들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22년 5월, 오늘의 집은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2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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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의 역점사업은 스프링라운지와 캠프파이어
초기 창업자를 위한 공간, '스프링라운지'
▲ 스프링라운지 공간과 창업 활동 모습
‘스프링라운지’는 스타트업에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한다. 라운지의 2층은 스터디카페처럼 자유로운 창업 활동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3층은 선별된 스타트업들이 심도있게 창업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예비 창업자,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들은 스프링캠프의 투자를 받은 패밀리사를 소개받기도 한다. 또한 SNUSV(서울대학교 학생벤처네트워크), 블록체인 학회 등 서울대의 창업 관련 동아리나 학회의 모임 공간이 되어준다.
실제로 스타트업 FLIP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 독어교육과 17학번 정사무엘 대표는 스프링라운지에서 사무 공간과 회의 공간을 지원받았다. 그는 “시설이 좋고 냉난방도 잘 된다. 또한 24시간 사용이 가능하여 쾌적하게 업무를 보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팀들과의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스프링캠프를 통해 많은 또래 창업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사업,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는 창업가들을 위한 사업적 지원과 마인드셋, 건강관리에 초점을 두고, 2019년 6월부터 4년 간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시즌 7의 경우, 오는 6월 20일까지 참여기업 모집을 진행하며, 서류평가와 1, 2차 대면 평가를 거쳐 최종 5팀이 7기로 활동하게 된다.

▲ 캠프파이어 프로그램 소개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창업팀은 선발 즉시 20억원의 기업 가치 평가와 1억원의 선투자를 받게 된다. 프로그램 종료 후 후속투자와 우수팀의 중기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추천도 별도로 진행된다. 팀별 담당심사역의 1:1 밀착 지원, 200개 이상의 스프링캠프 패밀리사와의 네트워킹 지원, 서울대입구역 인근 사무공간 지원도 받는다. 이를 통해 창업팀은 투자금, 사무 공간에 대한 걱정 없이 창업 아이디어 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다.
3D 디자인 오픈 플랫폼 ‘카펜스트리트’ 가 바로 캠프파이어 출신이다. 캠프파이어 1기의 최종 5개 팀에 선정된 카펜스트리트 팀은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스프링캠프 액셀러레이팅 공간과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곳에서 재무 컨설팅, 문서작업 등 실무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캠프파이어 1기로 활동하는 동안 건축과 웹툰, 게임을 연결해 3D 모델을 거래할 수 있는 ‘에이콘3D’ 플랫폼을 개발했다. 2019년 7월, 캠프파이어를 1등으로 졸업하면서 2억원의 포상금까지 획득했다.
창업 초기보다 열 배 성장한 카펜스트리트는 지난해 100억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900여명 이상의 3D모델 공급자가 입점해 있으며, 월간 사용자 수(MAU)는 20만명 수준이다. 회원 수는 6만여명으로 거래액도 매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6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스프링캠프의 미래: 글로벌 벤처캐피탈
최 대표는 2017년에 스프링캠프의 성장을 아래와 같은 4개의 단계로 구상했다.
01
스타트(Start)
시작하자.
02
그로스(Growth)
성장하자.
03
인프라 앤 컬쳐
(Infra and Culture)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를 주도하자.
04
글로벌(Global)
세계로 나아가자.
마지막 글로벌 단계는 앞으로 스프링캠프가 이루어야 할 비전이다. 이는 나아갈 수 있는 외연을 확장하자는 얘기다. 그는 물리적인 인프라 확장의 한계를 실감하고, 성장의 판을 넓혀 더 많은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도전이 가능해지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최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스프링캠프 지사가 있다면, 두 가지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글로벌 사업을 꿈꾸는 창업자들을 해외지사로 데려가 초기 세팅을 도와주는 아웃고잉(Outgoing), 또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창업 팀에 투자를 해 한국으로 이어오는 인커밍(Incoming)이다. 그는 ‘글로벌 단계’를 성취해 아웃고잉과 인커밍의 사이클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혼자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길 희망하는 친구들이 창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언제든 올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 다음으로 옆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와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것. 이를 위한 스프링캠프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