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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NOW

“여의도 정치는 수명 다해”
시민정치 교육가로 돌아온 김세연 전 의원

글ㆍ사진 실습기자 김도연(ehdus1204@snu.ac.kr)               실습기자 여지원(rosat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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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거대 양당이 빨리 없어져야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때 청년정치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던 김세연 전 국회의원은 21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여의도를 떠났다. 지금의 정당 정치는 너무나 망가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가 정치를 놓은 것은 아니다. 여의도 정치 대신 ‘시민정치’로 옮겨갔을 뿐이다.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그는 시민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의도에는 희망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나마 제가 정계에 들어오던 때가 제일 나았어요. 그때는 적어도 저 같은 초선 의원들이 반대하면, 여론이 바뀌고 실제 정치도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는 충성 경쟁뿐입니다. 정당들이 줄 잘 서고 말 잘 듣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만 예뻐라 하니까요.”

 

그가 처음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 당에서는 편 가르기가 한창이었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으로 나뉘어 서로를 물고 뜯는 모습. 그가 마주한 여의도의 민낯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싸움마저 없이 정치판이 고여 있다. 소신 있는 목소리는 사라졌고 아부로 살아남은 이들만이 목청을 높인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밑바닥’이라고 그는 한숨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결국 그는 여의도를 떠나기로 했다. 더 이상 국회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걸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국회는 당장 눈앞에 닥친 사안도 외면하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 이것만큼 시급한 문제가 있나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자기 임기 내에 성과를 낼 수 없다며 묻어버리더라고요.” 여의도에서 국민연금, 저출산·고령화 같은 시한폭탄들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채 굴러다닐 뿐이었다.

정치인도 육성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그를 수식했던 ‘청년정치’라는 표현에도 손사래를 쳤다. 한국에서 청년정치는 망가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이 옆에 세워두는 마네킹, 할 일 없이 정치권에서 어슬렁거리는 여의도 2시 청년. 이것이 청년정치인의 현주소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청년정치는 사실 청년정치가 아닙니다. 단지 나이 어린 정치인을 앞세운다고 청년정치라 할 수 없죠. 진정한 청년정치는 정치판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새로운 정치가 자라날 토양이 없다. 그는 롤모델로 독일의 ‘영 유니온(Junge Union)’을 꼽았다. 영 유니온은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소속된 조직이지만, 그 영향력은 모정당 못지않다. 기성 정치인들이 젊은 정치인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기꺼이 자리를 내준 덕분이다. 정치 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무 경험이다. 줄 잘 서는 법 대신 ‘진짜 정치’를 터득한 청년들은 기성 정치권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다.

[표] 김 전 의원이 분류한 정치

시민정치가 해답이다

“생업 외에는 모든 시간을 시민정치 교육에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 전 의원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환경을 마련키로 했다. 그는 6년 전부터 청년정치학교의 교감을 맡아왔다. 바른정당 시절 탄생한 청년정치학교는 정치인 양성소도, 청년정치만을 위한 곳도 아니다. ‘시민정치 교육 과정’이다.

 

“공명심, 명예욕, 출세욕, 지배욕 등 왜곡된 동기를 지닌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를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건강한 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층이 두터워야 해요.”

 

김 전 의원은 건강한 시민으로부터 건강한 정치가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국회가 ‘국민 전체의 축소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그가 시민정치 교육에 정진하는 이유다.

 

그가 운영하는 청년정치학교의 모든 활동은 시민정치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이제까지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던 탓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더 나은 정치의 필요성을 자각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 시민정치를 경험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것. 이것이 청년정치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다.

시민정치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시민정치만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저출산·고령화도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김 전 의원은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각종 시련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여러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겁니다. 이걸 개인이 막을 수는 없잖아요. 사회 각 분야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혜안을 모은다면, 심각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 불러올 변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정치는 물론, 행정·언론·의료·법조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갈 거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시민정치를 실현해 각각의 변화에 총체적으로 대응한다면, 변화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 강조했다.

요즘 정치 화두는 청년정치, 그런데 국회는 초고령 정치?

최근 청년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미디어에도 몇몇 청년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실제 국회에서는 얼마나 청년정치가 이뤄졌을까? 최근 5대 국회의원 데이터를 분석해 대한민국 국회가 젊어졌는지 확인해 봤다. 2004년에 선거가 이뤄진 17대 국회부터 2020년에 선거가 이뤄진 21대 국회의원들의 연령을 점으로 찍어본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 대수별 국회의원 연령 분포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상승하고 있는 중간값이다. 17대 국회에서는 중간값이 53세였는데, 최근 21대 국회에서는 58세로 5살 많아졌다.

 

또한 그래프에 표시된 네모난 상자는 의원의 연령대가 어디에 몰려있는지를 보여준다. 상자의 높이, 즉 의원들이 몰려있는 연령대가 21대 국회에서 확연히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는 47세와 59세 사이에 절반의 의원들이 분포해 있는 반면, 21대 국회에서는 53세와 61세 사이에 분포해 있다. 21대 국회가 17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른 연령 분포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젊어졌을까? 국회에 싹튼 젊은 정치인들은 아직 확실히 터를 잡지 못했다. 국회에는 청년정치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있을 뿐, TV에서 보던 청년정치인들의 모습은 어디를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김세연 전 의원

 

만 35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3선 의원을 지냈다. 원래 정치인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일찍이 부산 금정구를 이끌어 온 부친 故김진재 전 의원의 뜻을 이어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개혁적인 청년정치인으로 주목받았지만,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여의도를 떠났다. 지금은 민간 기업과 청년정치학교에 몸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치와 민간을 잇는 시민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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