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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듣고 싶어서 재수강해요”
청년정치학교 청강해보니
글ㆍ사진 실습기자 김도연(sakusakukki3@snu.ac.kr)

▲ 청년정치학교 7기 재학생들과 일일 선생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지난 4월 10일 청년정치학교 7기 재학생들과 그날의 일일 선생님 손 연구원장이 수업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월요일 저녁 7시, 선유도역 근처 공유 공간에 40명 남짓의 학생들이 모인다. 학생들의 옷차림이 다양하다. 멀끔한 정장, 책가방을 멘 캠퍼스룩, 편한 운동복과 볼캡. 낮에는 회사원, 대학생, 자영업자, 정당인 등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월요일 저녁에 이곳에 다같이 모이는 이유는 ‘정치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밤 10시까지 열기 가득했던 청년정치학교 강연장
“여기 재수강생은 없죠?” 청년정치학교의 일일 선생님이 된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학생들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한 학생이 부끄러운 듯 손을 들고는 “배울 게 많아서 또 듣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 학생들이 청년정치학교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습기자가 직접 일일 청강생이 되어 알아보았다.
실습기자가 청강하던 날, 수업은 밤 10시까지 3시간 가량 진행됐다. 과목은 ‘국제정치’. 미중 패권 경쟁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10년간 국제정세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수업이 이어졌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임에도 학생들의 눈은 반짝였다. 태블릿에 손필기를 하며 수업 내용을 기록하는 학생도 있었다. 막 퇴근을 하고와서 불편한 정장 차림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서도 조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청년정치학교는 사단법인 ‘청정’에서 만 39세 이상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6개월 과정의 정치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매주 교수, 정치인, 법조인 등의 일일 선생님에게서 정치 수업을 듣는다.
이론 수업 외에도 토론 배틀이나 모의 국정감사, 학생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를 실천하며 배울 기회로 마련한 과정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사단법인 청정의 이윤환 이사장은 “이념교육에서 벗어나 실천적인 정치가 무엇인지 경험하고 실력을 쌓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청년정치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 청년정치학교 7기 커리큘럼 청년정치학교 재학생들은 매주 새로운 일일 선생님을 만나 수업을 듣고, 모의 국정감사나 토론 등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청년정치학교는 2017년 바른정당의 산하기관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2021년, 정당으로부터 독립한 후, 사단법인 청정의 산하로 편입됐다. 이 이사장은 "정당이 와해되더라도 이 프로그램만은 살려야 한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명맥을 이어왔다"며 법인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당파성을 뺀 정치교육은 가능할까?
청년정치학교는 “당적을 떠나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민정치 교육”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청년정치학교가 중시하는 다양성은 7년간 정치 교육이 지속 가능한 비결이기도 하다. 수업 후에 만난 6기 졸업생들은 청년정치학교의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영: 어렸을 때 뉴스로 봤던 청년정치학교의 창단 소식을 기억하고 있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원했어요. 20살에 입학했는데, 가장 나이가 많던 동급생과는 거의 20살 차이가 났죠.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민혁: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어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학생들과 수업을 듣고 사회에 대해 토론하며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정민: 저처럼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한 직장인들도 있었고, 대학생들도 많았어요. 직장인 중에서도 유통업, 건설업, 공무원 등 직종도 다양했어서 서로에게 배워갈 점이 많았습니다.
한 졸업생은 “학교 자체가 특정 정당에서 파생되었으니, 당파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학교 구성원들이 특정 계파에 쏠려있는 경향이 매우 크다”며 청년정치학교의 당파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이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정당 색을 빼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청년정치학교 운영진도 고민을 이어왔다. 정당으로부터 독립하여 사단법인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운영 자금을 후원이 아닌 학생들이 납부한 강의비와 법인의 자금에서 충당하는 것. 이런 것들이 청년정치학교가 특정 계파나 정당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말했다.

▲ 토론 대회에 참여하는 청년정치학교 6기 졸업생 정민
하지만 운영진은 여전히 청년정치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한때는 청년정치학교 졸업생을 ‘바른정당 사람’으로 바로 단정 짓는 인식이 정말 강했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청년정치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숨기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토론회와 같은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며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