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SOCIETY NOW

작은 다툼까지 ‘학폭위’로

학교폭력 관계자의 증언

글ㆍ사진 실습기자 김규희(lunary0312@snu.ac.kr)

             실습기자 임서영(ain031312@snu.ac.kr)

             실습기자 한예림(dpfla0520@snu.ac.kr)

화면 캡처 2023-06-15 163625.jpg

[표] 연도별 학교폭력 발생 건수

  6만 3041건.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학교폭력 신고 건수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2만 건 이상 늘었다. 통계상으론 학교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2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에 넘겨진 사건은 오히려 2019년에 비해 7,500건가량 감소했다. 신고는 폭증하는데 교육청 처리 건수는 줄었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지금 학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현장 관계자들을 만났다.

 ‘어른 싸움’이 작은 갈등 키우기도

 아이들에겐 낙인·상처로 남아

광명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이 모 장학사는 요즘 학교폭력 현장이 뉴스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이후 자신이 근무하는 교육청에 접수된 100여 건의 사건 중,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은 몇 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학교 내에서 종결되지 못하고 학폭위 심의에 넘겨진 사건들조차 전부 ‘심각한 학폭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관악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김 모 경장은 “드라마처럼 가혹한 신체 폭력을 수반하는, 그 정도로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은 아직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이 보는 학교폭력 현장의 문제는 오히려 다른 데 있었다. 이 장학사는 “요즘은 아이들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상 속 갈등의 ‘학교폭력화’를 언급했다. 김 모 초등학교 교사 또한 “아이들끼리 말다툼하다 감정이 상하면 학폭으로 신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신고 건수가 늘며 통계치가 커졌을 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심각한 ‘학폭’이 아닌 학생들 간의 일상적 갈등 사안이라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역시 일방적이라기보다는 미묘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장학사는 학교폭력 사건의 상당수는 대등한 관계에서의 쌍방 갈등 사안이라며, “피해자라고 신고한 학생이 오롯이 피해만 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당한 학생이 더 큰 피해자로 밝혀지거나, 당사자들이 서로를 맞신고하는 일도 흔하다는 이야기였다. 심한 경우 신고가 ‘미운 놈 때리기’나 복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이 장학사는 말했다.

 

학부모 개입으로 사소한 다툼이 ‘학폭’으로 번지는 일도 잦다. 정작 학생들은 화해했는데도 학부모가 법적 조치에 나서 사건을 키우고 학폭위로 끌고 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학부모 입장이 강경하면 경미한 사안이나 쌍방 과실 사안이라도 학폭위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경장은 학부모 간 화해가 되지 않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학폭위에 넘겨진 사례를 언급하며, “어른 싸움에 아이들이 안 해도 될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사소한 갈등까지 ‘학폭’이 되는 현실이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아이들 스스로, 혹은 중재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까지 학교폭력으로 다루어지면 오히려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불필요한 낙인이나 상처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학사는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 분명히 있지만, 모든 사안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갈등 해소 과정에서 오는 교육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벌주의, 효과도 교육적 가치도 ‘회의적’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최근 학교폭력 대책에서 드러나는 엄벌주의 기조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금과 같은 현장에서 무작정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장학사는 “요즘 학폭위가 열리면 양측 학생이 변호사부터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엄벌주의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처벌이 강화될수록 가벼운 사안에서도 사과와 반성 대신 방어적인 태도부터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생활기록부가 대입과 직결되는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처분에 불복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현장에서 처벌 위주 대응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교육적 해결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던 차였는데, 요즘 다시 처벌 강화만 논하는 분위기가 된 게 걱정스럽다.” 이 장학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처벌 강화가 현장에서 더 큰 갈등을 유발하고, 공정한 처벌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대응 현장, 회복적 정의 추구해야

이 장학사는 학교폭력 문제를 개선할 방법으로 사회성 함양과 인성교육을 꼽았다. 그는 “학교폭력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표면적 이유는 다르더라도 결국은 자존감 문제, 시기, 질투, 경쟁의식 등이 근본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소 원론적이지만, 결국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학교폭력 관계자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과도한 인식과 무작정 엄벌을 요구하는 분노가 오히려 아이들의 치유와 성장을 방해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물론 심각한 학교폭력은 엄연히 존재하고, 엄격한 처벌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극단적 사례에만 치중해 엄벌만을 강조한다면 오늘날 학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갈등 사례들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들 사례에서 정말 추구해야 할 것은 엄벌이 아닌 ‘회복적 정의’라는 것이다. 현장의 관계자들은 어른들의 적절한 중재와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하는 과정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KakaoTalk_20230616_152332535.jpg
취재노트1.png
댓글

Oszd meg a gondolataidat!Legyél te az első hozzászóló!

©Upcom;ng 2023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