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세계는 ‘고독’과 전쟁 중
- 도현지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3일
글/영상 도현지 실습기자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이 넘었고, 외로움은 매년 기업들과 의료 시스템에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제 외로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하나의 질병이자 세계적인 골칫거리인 셈이다.
고독은 사회적 어젠다

외로운 근로자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국가 경쟁력도 떨어진다.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NEF)은 영국 기업이 임직원의 외로움에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25억 파운드(약 4조 180억원)라고 추산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생명보험회사 시그나(CIGNA)는 외로운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질병으로 인해 결근할 가능성이 2배, 가족 의무로 인해 결근할 가능성이 2배, 스트레스로 인해 결근할 가능성이 5배 높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로운 근로자는 외롭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연간 2주 이상 더 많이 결근하고, 외로운 근로자들의 결근일이 미국 경제에 발생시키는 비용은 약 4,060억 달러 (약 539조 6100억원)에 달한다.
만성적 외로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외로움이 매년 약 67억 달러(약 9조원)의 메디케어(미국의 노인의료보험제도) 지출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호주에서는 외로움으로 인한 연간 의료비용이 약 27억 달러, 그리고 1인당 1565달러라는 KMPG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과 일본에서는 ‘고독부’를 신설했다.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을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설정한 것이다.
영국은 2018년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해 고독부 장관에 임명하고 고독 문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약 5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자선 단체들이 고독 관리 대상자 사례를 추적한다. #Let’s Talk Loneliness(#외로움에 대해 말해보자) 캠페인을 시행해 외로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국민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자유롭게 외로움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또한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2021년 내각관방에 ‘고독· 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립하고 첫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다. 특히 일본은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해 후생노동성과 내각부, 소비자청 지방협력과,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 등 5개 부처가 협력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한 예산안은 2022년 기준 213억8000엔(약 2115억원)에 달한다.
60대 이상 우울증 환자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36%... 사회적 대책은 없어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들의 잇단 범죄와 초고령사회의 도래로 인해 일각에서는 고독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독에 취약한 고령층의 경우 문제가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대 이상 우울증 환자는 2021년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36%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살생각을 한 노인들 중 18.4%가 외로움 때문에 자살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고 나타났다. 외로움은 건강(23.7%)과 경제적 어려움(23.0%) 다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자살생각 이유였다. 노인 우울증 유병률 또한 전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고독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외로움과 우울에 대한 접근이 아직까지 병원중심의 의료모델이나 재활모델에 치중해 있다”고 말했다. 외로움과 우울에 대한 접근이 병원이나 보건소 중심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노인 우울 원인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독이나 빈곤의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질환 접근 기조는 질병치료에 국한된 의료모델, 재활에 치중하는 재활모델을 넘어서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심리· 사회· 경제적 안전망의 구축을 강조하는 사회모델이다.
특히 WHO는 포괄적인 정신건강 실천계획(Comprehensive Mental Health Action Plan)을 수립해 보건 및 사회 부문의 협력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결정요인에는 생각, 감정, 행동,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개인의 속성 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 사회적 보호, 생활수준, 근로조건, 지역사회의 사회적 지원 등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적 요인도 포함된다.
강 교수는 노인 우울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인 우울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고독 및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정책의 접근을 치료모델에서 노후 사회경제적 안전망의 토대 위에서 치료 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고독부를 설립한다면…? 20대 4명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 자체는 우리나라도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에 대한 국민의 가치관은 어떨까?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고독부를 설립하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수준, 가치관, 전달체계, 국민의 요구 등 외적, 내적, 매개적 요인들이 고독부를 설치할 정도로 성숙한 상태인가에 대한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독부 설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20대 4명을 대상으로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