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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질병이다

  • 도현지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3일

글/그림 도현지 실습기자



가성치매 부르는 만성 우울증… 노인은 특히 주의


“외로움으로 인한 만성 우울증은 치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창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우울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요즘 이런 사례는 흔하다.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내던 70대 노인 A씨는 어느 날 치매 환자와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억력이 나빠졌고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진단 결과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이었다.

40대 여성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치매라며 자식의 손에 이끌려 왔지만 알고 보니 우울증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다 가성치매 증상이 나타나 인지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만성 우울증에 오래 시달린 사람들 중에는 치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를 가성치매라고 부른다. 가성치매는 치매처럼 인지기능이 떨어져 보이지만 실제로 치매와 같은 뇌 손상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을 겪는 노인의 약 15%에서 가성치매가 나타난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는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체력이나 회복력이 나쁜 노인들의 경우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은 더 치명적”이라고 한 교수는 말했다.

실제로 40대인 B씨는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을 거치며 인지기능이 정상화되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반면 70대인 A씨는 같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졌다. 체력과 회복력이 나빠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외로움이 정신질환 유발하고 신체기능 저하로도 이어져


외로움은 우울증이나 치매 외에도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 무기력증, 이유 없는 자가 발전적인 분노, 불안,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 같은 기본적인 욕구의 감퇴 등이 대표적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대상을 향해 분노에 시달리는 경우 또한 외로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외로움은 신체 기능의 저하로도 이어진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으로 인해 심장병 위험도는 29%, 뇌졸중 위험도는 32% 커지고, 바이러스 감염 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외로운 사람의 뇌는 쪼그라든다



‘고독한 뇌’ 증상이라고 있다. 외로운 사람의 뇌가 쪼그라드는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극을 받고 발달한다. 다른 사람들과 오랫동안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뇌가 쪼그라드는 이유이다.

“외로움이라는 건, 뇌의 일부분을 사용 안하고 두는 것이다. 이렇게 그냥 두면 뇌가 점점 녹슬어가고 위축된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외로움이 오래되면 뇌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변연계가 자극을 받지 못하니 감정이 무뎌지고, 감정이 무뎌지면 사람이 둔해진다는 것이다.

일본 규슈대 연구진의 실험결과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여준다. 평균연령 73세인 노인 8896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접촉 빈도와 뇌 부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더니 사회적 접촉이 가장 적었던 사람은 가장 많았던 사람에 비해 전체 뇌 부피가 작았다. 사회적 접촉이 적었던 사람은 해마와 편도체 등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중요한 뇌 영역의 부피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만성적인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경우 해마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가 감소된 것이 보고되었다고 밝혔다. 또 고독과 우울에 수반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만성적인 증가를 유발하기도 한다. 코르티솔은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힘을 늘려주지만, 과하면 뇌세포에 독성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코르티솔은 뇌의 노화와 신경세포의 사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김 교수는 이러한 세포생물학적 이유로 인해 오랜 외로움이 의사결정과 사회적 인지에 관여하는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의 감소로 이어지고, 전전두엽 피질의 감소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외로움 자체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 체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사회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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