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고독하기에 더 특별한 서점,
Loneliness Books
글ㆍ사진 실습기자 장순주(soon0710@snu.ac.kr)
도쿄 신주쿠에는 조금 특별한 서점이 있다. 고독한 개인들을 이어주는 서점, ‘론리니스 북스(Loneliness Books)’이다.
서점 주인 카타미 요 씨는 자신의 가정집을 서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본업인 그는 퀴어, 성, 페미니즘, 외로움, 연대에 관한 아시아의 다양한 책과 잡지를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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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리니스 북스의 주인, 카타미 씨
각자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다, 일이 생기면 연대해서 모이고, 또 다시 각자의 개성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카타미 씨는 모두가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책과 잡지를 통해 누군가가 또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서, 가게 이름을 론리니스 북스로 지었다.
이 책방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금은 없어진, 서울 이태원에 자리잡고 있던 서점 써니북스로부터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써니북스는 밤의 문화라는 인식이 있는 퀴어 문화를 낮에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밤의 거리 이태원의 태양 빛이 들어오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카타미 씨는 그렇게, 일본에도 써니북스와 같이 모두에게 열린 퀴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서점을 열었다.
▲ 론리니스 북스는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퀴어들의 삶의 이야기와 역사에 관한 책과 잡지를 수집한다. 방문객들은 예약으로만 서점을 방문할 수 있다. 서점에서는 영화 상영, 책 읽기 등 퀴어 커뮤니티를 위한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책과 잡지는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론리니스 북스는 퀴어라는 특별한 컨셉을 지닌 서점이라는 점에서
일반 서점들과는 차별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일본에 거주하는 20-30대의 젊은 퀴어 세대부터 유럽과 미국, 다른 아시아 국가들 의 출판 전문가들과 여행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 중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건 제가 처음으로 말하는 건데요 …"라고 말문을 여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매우 행복합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서 전반적으로 ‘정제되고 가꿔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사장님의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 공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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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리니스 북스 홈페이지 로고 (https://qpptokyo.com)
처음에는 행사장에서 주로 팝업을 열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나서 온라인 스토어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책과 잡지를 도쿄 밖 시골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시골 지역에 사는 퀴어들은 여전히 도시에 사는 퀴어들보다 갇혀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참 의미있는 시도였던 것 같아요.
서점에서 운영하거나 개최했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
또는 서점과 협업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최근 들어 점점 더 개방적이고 퀴어 친화적인 공간들이 일본 전역에 조성되고 있어요. 우리 서점은 작년 9월에 오키나와의 리프 노트 커피(Reef Knot Coffee) 카페에서 ‘리프 노트 커피X론리니스 북스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아시아 전역의 맛있는 커피와 함께 퀴어, 젠더, 페미니스트 책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였어요. 리프 노트 커피는 오키나와의 자유주의 커뮤니티와도 연결되어 있어 팝업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다양하고 개방적인 장소나 행사에 초대받을 때면 제게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서툴기도 하고, 무거운 책을 들고 나가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장소와 그 시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독특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서점을 토요일에만 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집을 서점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평일에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으로 바쁘기 때문에 그동안은 토요일에만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방문 요청이 많아져서 토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문을 엽니다.
서점에 이민자 차별 문제 관련 책들도 전시되어 있네요.
퀴어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성소수자들 중에서는 본인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하고, 살던 곳에서 도망치듯 떠밀려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민자의 경우에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 때문에 ‘쫓겨나는’ 상황에 처해진 사람들이 많을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퀴어 문제와 이민자 차별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신주쿠 지역 자체가 일본에서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고향을 떠나 외딴 곳에서 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민자들과 성소수자들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이 있을까요.
작년에 시부야의 한 임대 공간에서 ‘MAKE THE ROAD’라는 행사를 개최했는데요. 영상과 대화를 통해 아시아 퀴어 문화를 배우고 교류하며 ‘새로운 길’을 만드는 행사였죠. 작년의 주제는 ‘한국의 퀴어 문화’였습니다. 올해도 가을에 같은 행사를 열 계획이에요. 올해의 주제는 ‘동아시아의 오래된 퀴어 세대의 삶 이야기’입니다.
동아시아 사회에는 여전히 가부장제, 친족관계와 같은 구시대적 가치관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아시아 각국의 많은 퀴어 이슈들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퀴어들이 연대를 통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개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 카타미 씨는 퀴어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행동을 취하는 사람도 적은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이 책을 통해 동료와 연결되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취하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책은 기존의 가치를 해체하기도 하고, 현재의 삶의 방식을 지지하기도 하니 말이다.
일주일에 여섯에서 일곱 그룹 정도가 서점을 찾는다. 이날은 퀴어 이슈를 연구하는 와세다대 학부생 6명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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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미 씨가 추천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책
IWAKAN
IWAKAN, 일본어로 ‘위화감’이라는 뜻이다.
세상에 느끼는 위화감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다. 여자와 남자, 사랑, 다양성, 자연 등 6개의 특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일본 사회에서는 퀴어라는 큰 틀 안에서 패션, 디자인 등 일상적인 이슈를 다루는 잡지가 많이 출판되고 있다.
▲ 마우스를 사진 위에 올려 카타미 씨의 추천 도서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