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캠퍼스에서 만난 퀴어 대학생들
삶은 달라보여도 사람은 똑같아요
글ㆍ사진 실습기자 우동현(udong1211@snu.ac.kr)·
실습기자 이주영(smilejuyoung@snu.ac.kr)

스스로 퀴어임을 밝힌 이들은 다수와 다른 존재로 비춰지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들은 다수의 세상을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소수일 뿐이다. ‘모두가 안녕할 수 있는 사회’로 향하며, 다수가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 대학교의 퀴어 동아리와 세미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웅(가명, 고려대 사람과 사람), 신승호(서울대 QIS 운영위원장), 느리(가명, 서울대 QIS 운영위원), 토비(가명, 게이오대 JUKU SEKAI), 미나호(와세다 퀴어 스터디 세미나)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퀴어라는 ‘타인’ 알리는 게 퀴어동아리 역할
웅: 미성년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성인들의 목소리에도 공감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10-20대의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승호: QIS는 학내 성소수자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학교, 나아가 사회가 퀴어에게 ‘쉼터’가 될 수 있도록 QIS가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미나호: 대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몰랐던 것에 대해 배울 마지막 기회예요. 캠퍼스에서 자신과 함께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퀴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요. 대학에서 배우지 않으면, 더 이상 퀴어라는 ‘타인’에 대해 배우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저에게 남친이 있냐고 물어요
미나호: 가끔 주변에 앉은 학생들의 퀴어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대화가 들려요. 명백한 증오나 차별이 드러나진 않지만, 오히려 퀴어인 사람들이 실제로 함께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느리: 여자를 좋아하는 저에게 남친이 있냐고 묻거나 논바이너리인 저에게 여성성을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등, 모든 사람을 시스젠더 이성애자라고 가정하는 사회를 마주할 때 불편한 부분이 있죠.
토비: 중학교 동창이 제가 LGBTQ 동아리에서 활동한다는 걸 듣고 자신은 LGBTQ에 대해 인상이 좋지 않다며, 너희의 권리를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죠.
퀴어 (queer)
성소수자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됨
시스젠더 (cisgender)
생물학적인 성별과 사회적인 젠더가 일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논바이너리 (non-binary)
스스로를 남성이나 여성 둘 중 하나의 젠더로 특별히 정의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
지지하려고 가입 신청한 이성애자도 있었어요
웅: 성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변한 것 같지만, 근본적인 인식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스스로 친화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성소수자를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자기 주변 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나호: 게이 남성이나 트랜스젠더 여성 등에 이목이 집중되어, 퀴어 여성이나 트랜스젠더 남성, 논바이너리 등은 상대적으로 덜 인식됩니다. 최근 퀴어를 그린 애니메이션과 드라마가 늘어났지만, 현실의 퀴어와 모습이 많이 다른 경우도 있어, 대다수가 받아들이기 쉬운 모습의 퀴어만 권리를 인정받는 추세가 생길까 걱정돼요.
느리: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이 있던 사람들이 제가 커밍아웃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어요. 또, 시스젠더 이성애자인 학우분이 가입 신청을 하신 적도 있었어요. QIS는 비성소수자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어서 그 학우에게 연락을 했는데, 동아리의 활동을 지지하는 마음에 가입하려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만날 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설문, 신청서에서 성별을 꼭 물어야 하나요?
토비: 젠더가 신체의 성뿐만 아니라 심리나 표현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신승호: 학교 차원의 설문과 신청서에서 성별 정보값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꼭 필요하지 않다면 성별 정보값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답변을 원치 않음’ 항목을 만들거나 주관식으로 답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인권 헌장!
웅: 학교 차원에서 인권헌장 제정도 마찬가지고, 저는 대법원의 피부양자 자격 판결, 생활동반자법의 제정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신승호: 인권 헌장을 통해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여 교내 모든 구성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헌장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혼 법제화 등 다양한 이슈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퀴어, 당신의 상상과 달라요

미나호: 우리 퀴어는 대다수가 상상하는 ‘성적 소수자’와는 분명히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인 동시에, 당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상상이나 SNS를 통해 퍼지는 ‘이야기’가 아닌, 당신과 같이 현실 사회 속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