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NOW
[기자방담] 한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
기자들의 생각은?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한국 정치 진단은 ‘정반합적 발전에 대한 낙관론’과 ‘공존의 메시지’로 간추릴 수 있었습니다. 강 대변인의 인터뷰 후, 기자방담으로 한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정말 한국 정치가 나아지고 있을까요?
강민석 대변인의 낙관론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시나요?
미리: 개인적으로 강민석 대변인의 낙관론에 상당히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의 말처럼 비리와 부패 측면에서는 한국 정치가 확실히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정보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민의 정치권 감시가 더 활발해졌다는 측면에서 낙관론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 저는 한국 정치가 부분적으로는 나아지고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는 많이 해결됐지만, 사회 양극화 현상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나아진 게 없어요. 양극화 현상이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정부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죠. 오히려 양극화를 정치에 이용해 표를 얻는 모습을 보면, 정치가 발전 중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것 같아요.
동현: 저도 정치제도와 문화는 조금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싶어요. 양당의 지대 추구 행위를 제어하기가 어렵고,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거대 양당이 경쟁만을 위한 경쟁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사법적 투쟁, 팬덤 정치, 상대 당의 악마화, 위성정당 창당 등은 대리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지 못한 정치인들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정치 풍토라고 생각합니다.
개헌, 중대선거구제 등
강 대변인이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리: 개인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에 매우 공감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여요.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국민은 무려 70%였어요.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당장 개헌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서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기보다는 정파 싸움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개헌에 필요한 200석 충족이 요원하기 때문이에요. 선거구제 개편 역시 지역 구도 해결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보다 정쟁에 이용되고 있어 유감입니다.
유진: 지난 총선에서 문제가 된 위성정당 창당을 막기 위해선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진지한 고민에 기반한 토론과 타협이 보이지 않아 시간에 쫓기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네요. 또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나 양당 집중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어요. 물론 시범 실시 지역이 몇 안 되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힘들겠지만,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개편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동현: 위성정당에 대한 국민 여론으로 인해 선거제 개편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당들에서는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선거제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중대선거구제 자체가 좋은 해결 방안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어요.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구제에 비해 선거구가 커지고 후보가 많아지는데요. 이에 후보자에게 필요한 선거 비용이 높아지고 유권자가 후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돈이 많거나 이미 유명한 후보가 더욱 유리해지는 거죠. 뿐만 아니라 같은 당의 후보 간 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책보다는 개인 중심의, 보다 사적인 형태의 선거 운동이 나타나고 당내 파벌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어요.
지역 갈등의 영향력은 오늘날 여전하다고 생각하세요?
이외에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갈등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미리: 저는 전통적인 영호남 갈등은 많이 사라졌다고 봐요. 다만 서울-비서울 간의 지역 갈등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각종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며 ‘서울공화국’, ‘지방소멸론’ 등의 단어가 나온지도 오래잖아요. 지방은 열악한 의료 여건 및 문화시설, 적은 인구, 낮은 재정 자립도 등으로 인해 살기 힘든 곳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고 봅니다.
유진: 지역갈등도 문제지만, 요즘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성 갈등인 것 같습니다. 당장 SNS나 기사 댓글만 보더라도 성별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성별과 엮어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강 대변인의 말씀처럼 모순이 극대화되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남녀가 서로를 향해 갖고 있던 불만과 분노의 표출이 극대화되었을 때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현: 사실 갈등 구조 자체는 그 형태만 달라질 뿐 항상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갈등을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으로 보는 입장에서, 존재해서는 안되는 영속적인 갈등 구조가 지금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대 갈등의 경우에도, 세대 간 가치관이 같기는 어렵기에 항상 어느 정도는 존재합니다. '요즘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말들은 언제나 있었다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MZ 세대'와 ‘꼰대’, 각각의 워딩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들도 보다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의 등장에 따른 사회적 논의의 부산물이지, 서로 좀 익숙해지면 이런 식의 세대 갈등은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민석 대변인은 한국 정치의 과제를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죠.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과제를 키워드 한 마디로 정리해본다면?
미리: 한국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치인이 공천권과 득표에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쟁보다는 정의를 우선 고려하는 일말의 진정성을 보였으면 해요.
동현: 저는 '밀착'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싶어요. 요즘 국민들은 정치가 내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정치인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시해 높은 무당파 비율을 줄여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저는 ‘대응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이나 정책에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는 안 되고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