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의 초고령 동네 홍제3동
- 우동현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글/사진/그래픽/영상 우동현 실습기자
가파른 계단길, 아득한 오르막… 이곳엔 노인들이 산다
30도는 되어보이는 경사를 따라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서 있는 곳에서 앞앞 건물의 3층과 눈높이가 맞을 정도의 경사이다. 지팡이나 난간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경사로나 계단을 따라 걷는 노인들도 종종 보인다. 이미 초고령 동네가 된 홍제3동의 풍경이다.
“그래도 지금은 눈 안 왔으니까는 괜찮지. 눈이나 비 와서 얼면 그때는···”
길을 가다가, 작은 공원에 앉아 숨을 돌리던 한 할머니의 말이다. 동네에서 흔하게 보이는, 난간 없는 인도와 가파른 계단들, 인도조차 없는 도로들의 모습이 어르신의 걱정거리를 대변했다.

주거비 싼 곳 찾아 산지로 몰리는 노인 들
수입이 적은 노인들은 주거비를 줄여야만 한다. 노인들은 그래서 살기에 덜 매력적인 곳들로 모이게 된다. 2022년 기준 서울시의 구별 노인 인구 비중에서 강북구는 약 22%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도봉구(약 21%)와 중랑구(약 19%)가 따랐다. 서울의 강남 지역에 비해 산지가 많은 강북 지역의 일부는 교통이 불편하거나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인왕산 자락에 있는 홍제3동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에는 약 4000명의 노인이 거주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중은 22%으로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을 넘는 수준이다.
병원과 약국은 모두 평지에
많은 노인 인구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시설은 홍제3동 안에서도 이들과 동떨어져 있었다. 병원이나 약국, 마트처럼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은 더 번화한, 홍제역의 대로 변에 모여 있었다. 평지였다면 가까웠다고 볼 수 있을 거리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감안했을 때는 노인들에게 이동하기 부담스러운 거리가 되었다.
주민센터를 기준으로 잡고 직접 걸어보니, 급한 내리막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야 병원이나 약국, 혹은 한의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동네의 경사로를 따라 드문드문 있던 몇 개의 편의점도, 복잡한 골목을 따라가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쳐야 비로소 보였다.

혼자 가는 병원은 천릿길… 재가노인복지서비스는 인력 부족
“약국이랑 병원은 전부 아래쪽에 있어서 버스를 타거나 하셔야 돼요. 근데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버스도 잘 못 타시는 분이 많으시죠.”
홍제동의 재가노인복지시설 중 한 곳에 소속된 박명희(가명)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박 씨가 소속된 센터에서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서비스는 주거지에 방문하는 형태의 사회적 지원이다. 우울증이나 치매, 심지어는 집 안에서의 낙상 위험 등에 노출된 노인들에게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이다.
“자력으로 이동하시는 게 위험한 만큼 동행 서비스나, 재가 서비스가 중요하죠. 인력이나 홍보 문제로 충분히 접근을 못하시는 것 같아 아쉬워요.”
재가노인복지시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바쁜 업무로 인해 대면 인터뷰를 고사할 정도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녀는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이 특히 낙상 위험이나 우울증, 치매 악화에 취약하다고 강조하면서,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더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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