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까진 외국인 구역, 여기부터 한국인구역안산 원곡동 가보니
- 김미리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3일

안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10대 지역 중 하나다. 젊음의 비결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들며 그 수가 많아진 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이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려는 방법도 이민이다. 올해 정부는 가칭 ‘이민청’ 설립을 공식화했다. 여러 지자체가 이민청 유치에 나서는 와중에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안산이다.
특히 안산에서도 외국인 비율이 약 70%인 곳이 있다. 바로 ‘외국인 집성촌’인 원곡동이다. 원곡동엔 1990년대부터 외국인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반월공단에서 일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이주민들이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다문화 사회가 된 셈이다.
K-이민사회가 초고령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 원곡동에 다녀왔다.

“분명 한국인데, 한국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첫인상은 이랬다. 한국어를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다. 거리에 즐비한 세계 음식점은 전부 간판이 외국어다. 심지어 이태원도 이만큼 이국적이진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실은 차량이 분주히 움직였다. 남성 노동자들이 무리를 이뤄 차에서 내리고, 외국인 여성들과 아이들도 길가를 오간다. 중국인이 많았고 동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보였다. 담배 냄새와 중국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었다. 길가엔 담배꽁초와 쓰레기봉투가 널렸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한 시간쯤 거리를 헤맨 후에야 인근 부동산업자인 한국인 A씨를 겨우 만났다. “여기엔 몇몇 건물주 분들 빼면 한국인들은 거의 안 살아요. 한국인 만날 거면 저기 다른 동으로 건너가세요”라던 A씨. 그 자신도 원곡동 주민은 아니었다.
안산 외국인주민지원센터 모퉁이를 돌면 감쪽같이 이국적인 분위기가 사라진다. 그렇게 20분을 걸으면 한국풍의 아파트 주거단지가 나온다. 비로소 한국어가 들리고 한국어 간판이 보였다.
실제로 원곡동의 내국인과 외국인은 그 주거지부터 다르다. 1990년대부터 외국인 이주민들이 들어와 생긴 주택단지가 한쪽에 있고, 2010년부터 재개발이 이뤄져 생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다른 한쪽에 있다.
이렇게 외딴섬 같은 원곡동은 주변의 곱지 못한 시선 때문에 한 번 더 동떨어졌다. 구글에 ‘안산 원곡동’을 치면 자동검색어로 ‘치안’, ‘범죄’가 따라붙고, 일각에선 ‘안산드레아스’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GTA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무법도시 ‘산 안드레아스’를 패러디한 것으로, 안산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치안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반 연쇄살인 등 외국인의 강력범죄가 다수 일어나면서 원곡동은 우범지대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에 안산시는 2010년대를 전후해 원곡동에 ‘범죄없는 거리’ 조성을 추진했고, 외국인을 포함한 ‘원곡 특별 순찰대’를 구성 및 운영하기도 했다. 그 덕에 안산시의 치안은 꾸준히 개선돼 왔지만, 이미지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다문화거리 바로 옆에 사는 한국인들마저 원곡동을 슬럼으로 인식한다. 원곡동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아파트의 경비원 B씨는 “다문화거리 근처 사는 한국인들은 티만 안 낼 뿐 아주 불편할 거”라고 했다. 그곳은 시끄럽고, 수준 낮고, 쓰레기가 쌓여 미화원만 죽어난다는 거였다. 근처 카페의 직원 C씨는 “원곡동에 거의 안 가봤다”며, “사람들도 가지 말라고들 했고, 지나가기가 좀 무섭기는 하다”고 했다.
원곡동 주민들도 이런 부정적 인식을 모르지 않는다. 중국 출신의 이주민 최연화 씨는 “치안은 정말 많이 개선됐지만, 외부의 편견은 오랜 시간 만들어졌기에 해소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민 박은지 씨는 “외국 출신이어도 한국에서 세금 내며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몇몇 차별의 시선은 여전해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융화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한국인들도 ‘오픈 마인드’가 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 김미리 실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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