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는 사회·문화 체제 전환기이민, 노동력 위임 아냐... 우리가 살고픈 사회 설계해야
- 김미리
- 2023년 12월 12일
- 2분 분량
‘우리 청년들은 도저히 애를 낳지 않으니, 외국인이라도 받아들여 한국을 젊게 만들자.’
요즘 정부가 이민의 빗장을 열려는 논리다. 속수무책인 고령화 문제의 해법이 이것뿐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민자 확대만으로 고령화가 해결되진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그중 하나다. 인구학 전문가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100년이면 인구 2,100만명 된다
백 년 안에 인구가 반 이상 줄어들게 생겼다. 고령화 속도가 전례없이 빠른데, 우리 사회가 이를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 파급 효과가 더 문제다. 고령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령 환자는 많아지는데 청년이 줄어 수혈할 피가 부족해지고, 자연재해 시 복구할 인력이 없어 사회가 재난에 취약해지는 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 통합이 힘들어진다는 거다. 고령화에 따른 비용은 수도권보다 지방에, 기성 세대보다 청년에게 쏠리게 되고,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생산 인구의 감소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환상’
생산 인구가 줄어드니까 외국인으로 채워넣자?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인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인구에는 소비, 납세, 국방, 교육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를 노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외국인을 데려오려 하니 문제다. 사실상 ‘이민’이 아니라 ‘인력정책’이 구상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외국 인력으로는 보통 단순노동자들이 온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는 게 중요한데, 단순노동은 여기에 별 도움 안 된다. 정작 기업 경쟁력을 높일 해외 유수의 인력은 보통 미국으로 모이지 영어도 안 되는 한국에 오진 않는다. 물론 글로벌 시대인 만큼 앞으로 이민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을 순 없겠지만, 이민이 저출산·고령화의 해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민자는 ‘아래로만’ 온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는 중간이 없다. 생산성 높고 임금도 높은 노동시장, 그렇지 못한 시장, 이렇게 두 개다. 이를 ‘이중화’라고 하는데, 비정규직-정규직, 지방 기업-서울 기업, 중소기업-대기업 사이 격차가 커서 그렇다. 여기서 이민자가 더 들어오면 이중화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인력 대부분이 생산성 낮고 임금이 낮은 노동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나. 이들은 모두 생활 수준 낮은 취약계층으로 흘러갈 것이고, 사회 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원곡동, 대림동이 미래 아냐
안산 원곡동이나 서울 대림동 등 이미 외국인이 많은 도시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류는 조선족이기에 진정한 ‘다문화’는 아니다. 반면 조선업이 발달한 거제에는 정말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들이 있다. 모두 피부색도 다르고, 용접공부터 설계자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인다. 대부분 E-7 비자(특정활동비자)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관리가 잘 돼서 불법노동자도 별로 없으며 원곡동이나 대림동과 같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이민사회는 거제의 모습에 가깝다. 정부는 이를 참고해 이민 설계도 자체를 잘 짜야 한다. 무작정 이민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빗장을 여닫는 작업을 하면서 체류 질서 확립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 아니라 ‘체제 전환기’
지금의 사회로는 고령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각종 제도와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때 현 세대보다 미래 세대의 의견이 중요하다. 2015년 일본 정부에서 ‘1억 총활약 플랜’을 제시한 적 있었다.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면서 발전하자는 건데, 인구 규모 뿐 아니라 현 사회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였다. 청년들에게 불리한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말이다. 지금 한국이 논의하는 이민 정책은 어떤가. 기성 체제 유지를 전제로 이민자만 더 받겠다는 건지, 기업주만 덕 보고 우리 청년들은 손해보는 정책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논의 수준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글/사진 김미리 실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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